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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름 : 백유린
 
실연 - [지구가 회전하는 대로]
실연 - [지구가 회전하는 대로]
거센 바람에 따르는 바다의 함성이라거나, 밀림을 포효하는 짓궂은
짐승들의 몸짓이라거나, 너와 나의 가슴을 두고 두고 왕래하는 불덩
어리같은 것이라거나, 생각하면 짐짓 생각하고 볼 양이면, 그것은 지
구가 회전하는대로 루적되는 검은 력사의 한 자락을 스쳐가는 바람결
이었다.
<그러나 그것은 자췰 감출 수 없는 바람결이다>
터지는 양광의 그 다사로운 품안에서, 너를 달래고, 나를 달래고,
또 이웃을 달래고, 몇 번이고 눈짓하고, 끝내는 바스러지게 포옹을
할지언정, 그것은 지구가 회전하는대로 루적되는 검은 력사의 한 자
락을 스쳐가는 포말이었다.
<그러나 그것은 영영 스러질 수 없는 포말이다>
할닥이는 숨결로 이 치사스런 생명과 시를 다스리며, 더러는 슬기
로운 전쟁으로 불장난을 하고, 더러는 삶과 죽음의 건널목에서 독을
머금은 혓바닥으로 꿈과 생시를 의논하며, 녹이 슬었을 극락을 의욕
하지만, <지구> 라는 지옥에서 허덕이는 한, 그것은 지구가 회전하는
대로 루적되는 검은 력사의 한 자락을 스쳐가는 꽃가루였다.
<그러나 그것은 뜨거운 필 머금은 꽃가루다>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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