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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예 - 가을누룽지 - 통도사의 비구니 - 가을누룽지 - 통도사의 비구니 -
이영균
양산 통도사에 오르는 길은 쉬어갈 허리도 등도 없었다. 다리 불편한 한 동료를 부축하고 비탈길에 거미처럼 발을 붙이니 거미줄처럼 끈적끈적한 신발 속 누룽지처럼 눌어붙어 땅 냄샌지 땀 냄샌지 발가락이 뚫린 양말 밖을 킁킁거린다. 얼굴이 벌게서야 당간지주를 지나 천왕문에 이르니 갓 삭발한 듯한 어린 사미니가 반기며 연둣빛 풋내로 앞질러 일행을 법당으로 이끌었다. 불상 대신 보살의 온안(溫顔)이 봄볕같이 환했다. 햇빛이 대웅전 문턱쯤에 섰을 때 설법이 밤 솥 뜸 듦에 맞추어 끝이 나고 산사다운 발우에 공양을 했다. 시장기가 게눈처럼 빠르게 발우를 비웠다. 공양을 마치고 후원 공양 간을 지날 때 후덕한 공양승려에게서 누룽지를 한 움큼 받았다. 수십 그릇의 공양을 위해 희생 무릅쓴 누룽지처럼 그에게선 산사의 옹달샘 같은 잔물결이 일었다. 출가할 때 눈물을 발부리에 심던 혈육의 연민이 삭발을 하고 마음을 불전에 비워도 십 년이 넘도록 밤마다 달맞이꽃처럼 피어난단다. 오늘은 밤까지도 못 기다리고 망초인 양 흐드러져 승려의 정진을 넘어 저절로 먼 사가에 피는 꽃밭에 눈물을 뿌린다고
지금도 누룽지 움켜쥐면 가을 같든 통도사 여승 떠오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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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예 - 가을누룽지 - 통도사의 비구니 -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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